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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어팟 분실 했다가 다시 찾은 썰

 

핸드폰이라던지, 노트북(잃어버릴 일 잘 없겠지만)은 잃어버리더라도 찾기가 꽤나 쉬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운 사람이 그것을 이용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번거럽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겠죠. 그냥 집에 숨겨두고 10년동안 놔둔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못찾겠지만요.

 

하지만 에어팟은 분실, 도난에 정말 취약한 것으로 유명하죠!

 

그이유는 바로 에어팟은 초기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우서 본인 기기에 넣어서 초기화 해버리면 답이 없죠 ㅠ 

 

 

 

나의아이팟 찾기로 위치를 추적하고, 소리를 나게 해서 찾을 수 있다고 애플 공식홈페이지에 나와있긴 하지만 막상 잃어버리고 그 과정에 따라 해보니 안되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

 

 

 

 

여튼 이 썰은 그저 썰일뿐, 다른 분들의 상황에서 사용되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그냥 한번 읽어보시고 얼마나 에어팟을 잃어버리고 찾기가 힘든지 느끼고, 찾는 과정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에어팟 찾는 공식적인 방법은 아래 포스팅에 업로드 해놓았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suttee.tistory.com/24

 

에어팟 분실 했을 때 찾는 방법 총정리 & 에어팟 분실 신고

제가 최근에 에어팟을 분실하고 다시 찾은 이야기를 적어놨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구요 https://suttee.tistory.com/11 에어팟 분실 했다가 다시 찾은 썰 핸드폰이라던지, 노트북(잃어버릴 일 잘..

suttee.tistory.com

때는 바야흐로 몇달 전 도서관이었습니다. 야외 휴게실로 나와서 친구랑 에어팟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 바로 앞에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아주머니 약 열댓명이서 동그랗게 원을 만들고 첨밀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화음이 너무 다채롭고 강렬한 나머지 전화를 하고 있던 저의 친구의 귀까지 너무 선명하게 들리게 되었고 저는 친구와의 전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에어팟을 잠깐 해지하고 벤치에 이쁘게 올려둔 후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약 30분동안 정신없이 전화를 하다가 이 친구가 도서관에 도착하여 입구로 데리러 나갔습니다. 네. 이때 제 에어팟은 여전히 이쁘게 벤치에 올려져 있었죠.

 

 

친구와 만나 노가리까며 커피 잠깐 마시다가 열람실로 올라와서 서로의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적엔 도서관에 친구랑 가면 10분만 앉아있어도 나가서 커피마시자하고 놀곤 했는데, 왠지 그 때와는 다르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둘 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에 몰입하였습니다. 그렇게 약 2-3시간을 공부를 하다가 잠깐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나갔습니다. 그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고, 볼일을 보며 전화를 받고 싶었기 때문에 에어팟 케이스를 열었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ㅇㅁㅇ.

 

엄마의 전화를 받지도 못하고 기억을 빠르게 리와인드 하다가 그 벤치에 이쁘게 놔뒀던 에어팟이 기억나자마자 짧고 굵게 소리를 질렀던 것 같습니다. 아무일 없는 척, 하지만 남이 보면 무슨 일 생겼는데 아무일 없는 척 하는 사람 처럼 야외 휴게실로 경보선수마냥 빠르게 돌진하였으나, 그 곳에 남아 있는 것은 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낙엽 한장 뿐이었습니다. 

 

주르륵. 

 

등골에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어팟의 가격, 산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 다시 선 이어폰으로 돌아갈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다급히 야외 휴게실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고 도서관 관리하시는 분에게 찾아가 혹시 CCTV를 볼 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처음엔 안된다고 하시다가 ( 왜 안된다고 하셨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 제가 계속 애원하니 돌려봐 주셨습니다. 언제 잃어버렸냐 라고 물어보시길래 3시간쯤 전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대답 하면서 이미 저 스스로 못찾겠구나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CCTV를 돌려봤지만 제가 앉았던 벤치는 CCTV의 범위에서 살짝 벗어난 곳이었고, 화질도 그리 좋지 않아서 도저히 CCTV로는 범인 획득자를 찾아낼수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주르륵.

 

하고 눈물이 흐르려는걸 꾹 참고 어떻게 해야하나 멍하니 서서 생각했습니다. 

 

멍- 

 

그러다가 문득 '혹시 에어팟 취득한 사람이 아직 도서관에 있고, 초기화를 아직 시키지 않았다면 폰에 블루투스 시그널이 잡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 전층을 돌아다니며 블루투스 시그널이 뜨는지 안뜨는지를 확인하고 다니다가

 

도서관 1층 카페있는 곳에서 시그널이 잡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급하게 연결해보니 연결까지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 냉정하게 생각했습니다. 맘 같아서는 "여기 제 에어팟 주우신 분 있는거 알아요 ㅠㅠㅠㅠ 제발 돌려주세요ㅠㅠㅠㅠ"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못찾을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선 연결된 상태로 제가 아는 선에서 가장 시끄러운 노래를 가장 큰 볼륨으로 재생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지라 사람들 소리가 시끄러워서 전혀 들리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의 움직임, 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확인하면서 동시에 블루투스 시그널이 끊기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멀어졌을 때 시그널이 끊긴다면 그 사람이 제 에어팟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그렇게 약 10분이 있다가 2명의 남학생들이 계단을 올라갈때 시그널이 끊기는 것을 확인하고 냅다 달려갔습니다. 멱살을 잡고 내 에어팟 내놔"라고 하면 정신이 이상한 취급을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선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니 다시 블루투스 시그널이 잡히더라구요. 

 

"범인은 습득자는 저 둘중에 있다."

 

 

그렇게 따라가던 도중 갑자기 한명이 밑에 층에 무엇을 두고왔는지 다시 내려가더라구요. 그래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의 인상착의를 익힌 뒤 내려가는 사람을 따라가다가 조심히 물어봤습니다. 

 

"죄송한데, 혹시 에어팟 줍지 않으셨어요?" 

 

라고 묻자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을 만난 것 마냥 쳐다보는 표정을 보고 이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끄러울 틈도 없이 바로 위로 올라간 사람을 향해 달려갔지요. 

 

그 학생이 열람실에 앉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본인의 친구(내려간 친구와 다른사람)와 같이 앉아 있더라구요. 저는 그 학생들의 뒤로 접근 한 다음, 제가 아는 선에서 가장 시끄러운 노래를 가장 시끄러운 볼륨으로 재생하였습니다. 

 

그러자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폰에서 울리는 소리인줄 알았나 봅니다. 둘이서 속삭이면서 대체 누구냐고 큭큭 되더라구요. 

 

그때 제가 다가갔죠. " 혹시 제 에어팟 줍지 않으셨어요..?" 하자 그 학생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이 노래 그쪽 주머니에 있는 제 에어팟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거든요."라고 확신은 없지만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압박멘트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마치 머쉬맘을 죽이고 뇌전수리검이 나오듯, 범인 ,획득자의 주머니에서 제 콩나물 두개가 나오더라구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히 그 학생에게 "왜 거짓말을 하냐" "왜 주웠는데 신고하거나 하지 않고 훔쳐갔냐"라고 말할까라고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에어팟을 찾았으니 됐다는 생각에 그냥 어깨 툭툭 쳐주고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된 에어팟 구출작전이었지만 정말 힘들더라구요. 

 

저는 이렇게 재수좋게, 웃프게도 에어팟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 찾기 힘든게 에어팟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안잃어버리는게 제일이겠죠. 저는 그 사건 이후로는 에어팟 이름도 제 핸드폰 번호로 바꾸고 안잃어버리도록 늘 신경쓰고 있습니다. 

 

다들 에어팟 간수 잘하시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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